간혹, 나른하고 지루해 보이는 김태희씨와 같은 누군가에게
감히 책을 읽어보라고 권할 때가 있습니다.
특히, 김태희씨가 현재 겪고 있는 상황에 대한 좋은 조언이
들어있는 경우에는, 내 목소리로 말해주기보다는
책의 권위를 빌려서 김태희씨 스스로 감동받게 하고 싶기 때문에
책을 권하는 것 같습니다.
“김태희씨! 이 책 읽어보시면… 참 도움 많이 되실 겁니다.”
‘아마도 저한테 감사해 하실걸요.. ㅎㅎㅎ’
책을 주는 사람은 사실 이렇게 고마워 해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참 많이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에게 여러분이 책을 선물받은 경우라면,
아무리 읽기 싫어도 최소한 목차는 읽어 보시고,
다음에 만났을 때 책 잘 읽었고 고마웠다고 이야기해 주세요.
내가 보기에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면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1. 고맙게 받아만 두고 읽지 않는다.
2. 받아서 절반쯤 읽어보다가 책상에 방치한다.
3. 다 읽어보고 재밌었다고 이야기한다.
4. 책에 있는 내용을 직접 실험해 본다.
5. 자기 생활에 적용하고 변화시킨다.
여러분은 어떤 단계에 있습니까? 최소한 3단계는 지나셨겠죠?
ㅎㅎㅎ 염려마세요. 이해합니다.
1~2단계 : 방치
여러분만 그런게 아니라 제가 아는 대부분의
보통사람들은 1~2단계에 있습니다.
책을 좀 지적인 장식품으로 사용하시는 분들이죠.
언제 시간날 때 봐야지 하지만, 이 분들에게는
결코 책을 볼만큼 한가한 시간은 오지 않습니다.
책읽는 습관이 안된 분들이 대부분 그렇지만,
책읽는 걸 좋아하시는 분들도 선물받은 책에 대해서 만큼은
방치하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음… 제가 보기에는 보통 책을 선물할 때는
책의 권위를 알아서 잘 읽어주기를 바라겠지만,
사실은 선물하는 사람의 권위만큼만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긴다고 할까요?
(뚜렸하게 확신이 있는 건 아닙니다)
내가 권한 책을 김태희씨가 전혀 읽지 않고,
아니면 조금 읽다가 말고 방치하고 있다는 걸 알면
참 기분이 착찹합니다.
‘내가 잘못된 책을 권했구나’ 싶기도 하고,
‘김태희씨는 책읽는 걸 안좋아하나보다’ 생각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내 경우는 그냥 조용히 회수합니다.)
3단계 : 다독
책읽는 것을 좋아하는 분들은 선물받은 책이라도 3단계까지 가지요.
책을 읽으면서 왜 이 책을 권했을까 생각해보기도 하고
‘나중에 만나면 이 부분에 대해서 이야기 해봐야겠군.’
하고 주요한 페이지를 접어 놓거나,
문장에 밑줄을 그어 놓기도 합니다.
그러니 김태희씨가 “그 책 참 좋던데요. 재밌게 읽었어요”라고
말한다면 최소한 3단계는 되시는 분이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책을 권한 사람에게 이 정도 인사면 참 대단한 것아니겠습니까?
그런데 사실 조금 아쉬운 마음도 듭니다.
‘그냥 재밌으라고 한 건 아닌데…’
만화책이나 소설책을 권한 것도 아닌데 재미만 있었군.
뭔가 감동을 받고 같이 그 이야기도 좀 나누고 싶은 거지요.
“그 책은 내가 읽었던 이책과 저책의 중간쯤은 되는데…
그래도 전에 읽었던 이책이 훨씬 더 나은 것 같아”
다독하시는 분들한테는 오히려 새로운 책을 추천받기도 하죠.
4단계 : 고수
책을 통하여 직접 그 내용을 실험해보는 4단계에 있는 분은
그다지 많이 못 만난 것 같구요. 주로 다독하는 3단계를
아주 오래 하시다가 4단계로 넘어갑니다.
다독을 오래하다보면 책이란게 다 그저 그런거야 하고,
TV 드라마보듯 습관적으로 보시는 분도 있고,
돈키호테처럼 현실과 책을 구분하지 못하고, 거의 가상세계에서
사시는 분도 있습니다. 온 세상을 음모론으로 보는 사람들도
그런게 아닌가 싶죠.
책에 중독되다보면 책을 그만 봐야겠다고 생각할 때도 있습니다.
(저도 한동안 책을 끊은 적이 있습니다.)
제일 발전적인 사람은 책에 있는 내용을 실험해 보는 사람이고
이런 분들한테 책을 선물하면 반응이 확 옵니다.
“그 책 좀 이상해… 내가 해봤거든… 안되던데…”
“그거 있잖아. 먹히던데… 짱이야…”
책을 선물한 사람이 가장 원하는 반응이 바로 이런 것이겠죠?
5단계 : 괄목상대
책을 통하여 괄목상대할 정도로 자신을 바꿔 가는 5단계에 있는 분은
평생에 몇명 볼 수 있을 지 모르겠습니다.
원래 인간이라는 게 잘 안바뀝니다.
‘세살버릇 여든까지…’,
‘크게될 나무는 떡잎부터…’
이게 말이죠. 참 진실이거든요.
“나는 디게 재미없었는데… 너라면 좋아할 것 같아.”
책을 권할 때는 부디 자기가 읽어서 너무나 좋았던 책을 권하시기 바랍니다.
당신이 재미없었다면 상대도 재미없을 확률이 높습니다.
책의 두께
책 읽는 습관이 없으시다면, 책을 읽는 데 두께가 상당히 중요합니다.
벽돌정도의 두께가 되는 책이 선뜻 손에 잡힐리 없습니다.
또, 전혀 모르는 분야의 책이라면 가급적 얇은 책부터 보시길 권합니다.
그러나 여러분이 관심있어하는 주제에 대한 재미있는 책이라면
두께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하룻밤에 4~5권씩 읽었던 김용의 [무협지],
우주를 다룬 칼세이건의 [코스모스],
애플의 신화 스티브잡스이야기인 [아이콘],
…
최근에 읽은 수학에 대한 책인 [소수의음악]까지 두껍지만,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책들이 많습니다.
두껍지만 재밌게 읽은 책들의 공통점이라면?
영국의 어느 신문 현상 문제에
‘런던에서 맨체스터까지 가는 가장 빠른 방법은?’
이라는 문제가 제시되자 내노라 하는 수학자
및 과학자 등등 각계 인사들의 해법이 줄을 이었다.가장 빠른 비행기 노선이나 자동차 노선을
제시한 방법 등등…,게다가 직접 로켓식 이동수단을 만들어
이용하는 방법까지 별 방법이 다 제시되었으나,이 많은 답들을 제시한 사람들은
정작 정답으로 채택된 해법이 제시되자 모두 아무 말 없이 이를 인정했다.그 방법은 ‘가장 좋아하는 사람과 함께 동행하는 것’이었다.
읽기 쉽고 어렵고는
당신의 관심과 재미와만 관계하지
책의 두께와 관계가 없습니다.
다들 잘 알고 계시는 글로 마무리 하겠습니다.
좋은 책은 좋은 독자가 만든다.